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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8 조선은 무능력한 나라, 정말일까?

  보통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을 몇 가지 꼽아보라면 고구려가 삼국통일 못했던 것, 고려 때 북벌운동을 더 이상 추진 못했던 것 그리고 일제에 강제로 병합당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제에 강제로 병합당한 책임을 두고두고 조선에 물으며 조선은 사상적으로 성리학에 사로잡혀 꽉 막힌 나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이런 기존의 통념을 산산이 부수어주는 책이 바로 조선의 힘이다.

 

조선의힘조선500년문명의역동성을찾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조선시대 > 조선시대일반
지은이 오항녕 (역사비평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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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도 역사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상당히 조선을 우습게만 보고 있었다. 한국사 중에서는 조선사보다는 고려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내 생각은 완전히 무너졌다.

  대개 나라가 500년 이상 지속되면 그 나라가 어떻게 해서 50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을 먼저 찾아야 맞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 제국이 왜 멸망했나라는 이유를 찾기 보다는 어떻게 그런 거대한 제국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나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온당하고 타당하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경우는 이런 질문에 귀를 기울이면서 왜 조선에는 이런 질문을 기울이지 않는가?

  조선은
50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을 이 책의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이 제작될 수 있었던 시스템, 성리학이라는 철학 체계, 대동법이라는 수취체제가 혁신하는 과정에서 찾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같은 경우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기록 문화유산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역사책이 얼마 없다는 식의 얘기는 이제 그만 두어주길 바란다. 조선왕조실록은 그 내용의 양이나 내용의 신뢰성이 그 어떤 사서보다 높다. 이런 조선왕조실록을 만들 수 있었던 조선의 시스템은 우리는 이때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성리학 역시 저자는 명쾌하게 반박한다. 실용성과 이념은 함께 가야하는 것이며 이념 없는 실용은 중심 없이 세상에 휩쓸릴 뿐이며 실용 없는 이념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얘기한다. 성리학은 망상에 불과한 학문이 아니라 실제 백성을 다스리는 데 이로운 학문이었고 그 학문이 단단한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조선이 500년 동안이나 지속해 올 수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대동법의 혁신 과정도 살펴보면 조선의 놀라운 힘을 엿볼 수 있다. 여론이 안 좋거나 결과가 조금만 안 좋아도 추진하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최근의 세태와 달리 조선은 대동법을 아주 끈기 있게 추진해나가며 반론을 충분히 받아가면서 결국 혁신하는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정말 조선은 우리의 귀감이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조선을 오래된 미래라고 얘기 하고 있다.

  끝으로 광해군에 대한 오해를 저자는 걷어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전까지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광해군이 저자의 치밀한 자료 수집과 해석으로 개혁 군주에서 정치에 실패한 무능한 군주로 평가가 바뀌었다. 실제 광해군 시절 지어진 궁궐 공사 규모와 비용은 조선의 한 해 예산에 15~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런 공사가 광해군 재위 시절 내내 진행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끔찍할 지경이다. 광해군의 외교 정책 역시 인조의 외교 정책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드러나자 이제 광해군을 더 이상 높게 평가해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학계에서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참 재밌는 책이었고 유익했다. 몇 몇 부분은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저자의 주장은 확신이 있었고 그만큼 근거도 충분했다. 이제 조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Posted by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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